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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야기

(97) 신라면과 진라면의 적은 '배달의민족', 1인가구의 변심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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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입력 : 2020.01.26 06:58 ㅣ 수정 : 2020.01.26 08:26

[직업이야기]신라면의 적은 '배달의민족'

▲ 국내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인가구가 증가하는 데 국내 라면 소비량은 감소?

 

농심의 잘못이 아니라 '의외의 적군'이 출현한 탓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인구 감소 등으로 라면 내수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배달의민족’ 등 배달업체가 라면 소비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라면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매출은 2016년 2조 400억원, 2017년에는 1조 9900억원, 지난해 2조 475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연간 1인당 라면소비량도 76.1개에서 2018년 74.6개로 줄고 있다.

 

하지만 1인가구가 급증하는 등 라면시장의 확대를 촉진하는 요인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라면 소비량이 감소 추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농심이나 오뚜기와 같은 라면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의외의 적군'이 출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인구 감소 등으로 라면 내수시장은 더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와중에 라면 소비를 감소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는 배달 앱을 통해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로 주문할 필요도 없는 수준으로 음식주문이 더욱 간편해졌다. 한 20대 여성은 “전화로 주문하는 걸 어려워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배달 앱이 생기니 음식 주문이 더욱 편해져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면은 끓이는 시간과 설거지하는 시간이 걸린다”며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시간·조리시간·정리 시간이 모두 단축돼 라면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1인가구의 변심, 라면에서 배달음식으로 이동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원룸에 살아 부엌이 비좁거나, 주방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리하지 않고 먹고, 간편하게 치울 수 있는 배달음식이 약간의 조리라도 해야 하는 라면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단순 시간 단축으로 인한 간편함이 전부는 아니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라면’을 먹었을 때와는 다른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맛있는 음식은 먹고 싶은데, 밖에 가서 함께 먹을 사람을 찾아야 하고, 화장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배달 앱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필요하면 인증샷도 찍으며 먹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에 이어 심리적 만족감을 강조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라는 말이 생겨났다. 배달앱 이용이 배달료와 주문 최소 비용이 있는 만큼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라면’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20대 여성은 라면보다 배달앱 주문을 선택하는 심리에 대해서 적극 공감했다. 1인 가구인 A씨는 “실제로 집에 혼자 있을 때 라면과 배달앱 주문을 고민하다가 배달앱 주문을 선택한 적이 많다”며 “가격을 생각하면 라면이 더 저렴하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손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는 것조차 귀찮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그날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한다는 느낌이 있어 배달앱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2030세대 1인 가구의 생활방식에 따른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라면’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인기상품은 해외에서 돌파구 찾아

결국, 라면 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 이미 농심의 ‘신라면’,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라면이 됐다. 신라면은 스위스,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전세계 100여 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삼양의 불닭볶음면의 경우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농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60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은주 연구원은 “국내 법인 매출액은 4.1% 늘어난 49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는 올해도 미국 및 중국 법인의 두 자릿수 매출 성자세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또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베트남이 불닭볶음면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구수 감소와 배달 앱으로 매출 정체기에 있는 국내 라면 업계의 성장을 해외 시장이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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