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SKT박정호와 LG유플러스의 하현회의 '인공지능(AI) 초협력' 대결, 사람이 좌우한다

이원갑 입력 : 2020.01.09 12:26 ㅣ 수정 : 2020.01.09 13:41

[JOB현장에선]'인공지능(AI) 초협력'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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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삼성전자 부스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차량용 콕핏에 탑승한 모습 [사진제공=SK텔레콤]

 

글로벌 ICT기업간 AI 오픈 이노베이션, 구성원의 '유연한 사고'가 성공조건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AI) 사업을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꼽으면서 일제히 '초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ICT기업간의 최대 전쟁터가 AI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역설적으로 플레이어간의 연합전선 구축이 승부처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적 수행이 AI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일 기자와 만나 "글로벌 ICT기업간의 AI 및 빅데이터 분야의 연대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국내 이통사 CEO들의 관련 행보도 빨라지고 있는데, 누가 선두주자가 될지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각 기업의 임원은 물론이고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이 같은 협업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면서 "CEO가 어젠다를 던져도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통 3사 CEO들이 동일한 어젠다를 던지고 있지만 각 기업의 구성원들이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한 성공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야 현장에서의 연구 및 업무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호 SKT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의 '협업 대화' 공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 참석 중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AI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고 다른 ICT 기업들에도 이와 관련한 협력체계 구축을 제의했다.

 

박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사장과 논의한 점을 공개하면서 “고동진 사장과 방에 앉아 얘기하다가 서로 생각하는 걸 던지고 받고 했다”라며 “초협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AI 관련해서는 삼성도 되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각자 가진 능력을 합치지 못하고 따로 흩어져 경쟁하는 양상을 지적하면서 “AI는 국내에 잘하는 플레이어들이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에 다 내주고 우리가 플레이어가 아닌 유저가 될 판”이라며 “한국에 있는 다른 회사들을 더 합쳐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에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열사 아마존웹서비스의 힘을 빌어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용 서버 센터 12곳을 배치했던 바 있다. MEC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서버가 중앙 서버와 이용자 사이에 배치돼 통신 지연시간을 줄이는 기술을 말한다.

 

구글,아마존, 애플 등과 같은 해외 거대 ICT 기업들의 연합에 맞서 국내 기업들이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박 사장은 간담회에서 “글로벌 초협력 아니냐고 했는데 AI는 이미 글로벌끼리 초협력 하고 있다”라며 “이 강자들이 그러는데 우리는 한국에서 따로 해서 도저히 게임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확장에 따라 회사 이름을 바꾸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사장은 간담회에서 “MNO(모바일 망 사업) 매출 다 포함한 통신 매출이 60%다”라며 “‘New ICT’가 성장해 비슷해질텐데 정체성에 걸맞는 이름 변경도 고민할 시점이다. ‘SK하이퍼커넥터’ 이런 식으로 얘기해 봤다”라고 말했다. “외부에 공모할 수도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삼성전자 부스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차량용 콕핏에 탑승한 모습 [사진제공=LG유플러스]

LGU+ 하현회, 지난 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선언

 

7일 CES서도 구글과의 AI 시너지 강조

 

박정호 사장의 ‘AI 연합론’은 경쟁사도 이미 역점을 두고 있는 지향점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2일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사와 상-하행 객차 1편씩에 AR 콘텐츠 전시장 ‘U+5G 갤러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구글과 제휴해 AI 기반 화상 인식 플랫폼 ‘구글 렌즈’기술을 제공받은 바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해 9월 26, 27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구글과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을 연달아 방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직접 만났고 5G 콘텐츠 수출시장과 관련해 “세계 1등 기업들과 손잡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CES 2020에서도 하 부회장은 구글 부스에서 클레어 우(Clare Wu) 구글 아시아-태평양 어시스턴트 디스트리뷰션 총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마트홈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구글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날 하 부회장은 부스 관람 동선을 공개하며 로봇 탑재 AI,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초저지연 5G 기술이 응용되는 융합사업에 관심을 표했다. AI 음성비서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를 전시한 LG전자와 구글을 비롯해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솔루션,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모빌리티 디바이스 등을 살폈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5G와 KT의 혁신사례’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사진제공=KT]

퇴임 석 달 앞둔 KT 황창규, CES 결국 불참

 

신년사에서 “AI 누리는 세상, KT가 주도해야” 강조

황창규 KT 회장은 CES 2020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월 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황 회장은 통신 분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만 출현하던 기존 패턴을 유지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후임 회장으로 확정한 바 있다.

 

다만 KT 역시 회장의 CES 불참을 제외하면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 AI 영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ICT 융합 분야에서 다른 기업과 협업을 연달아 추진하는 부분은 경쟁사들과 같다.

 

황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그룹 시무식에서 “5G 기반의 AI 전문기업으로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어디서나 AI를 누리는 세상을 주도해야 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 고객에게 사랑받는 국민기업, 미래가 기대되는 글로벌 1등 KT 그룹을 함께 만들자”라고 강조했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 1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등을 만나 양사의 융합사업인 5G 기반 스마트조선소 구축 현황을 점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5G와 KT의 혁신사례’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도 열었다.

 

이 밖에 KT는 이튿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의뢰한 빅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열었다. AI와 클라우드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유통되는 일종의 빅데이터 시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상해데이터거래소(SDE)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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