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42) '연봉'과 '병맛'이 삼성전자와 대한항공의 인기순위 열쇠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19.12.26 15:15 ㅣ 수정 : 2020.05.08 08:59

[이태희의 JOB채] '연봉'말고 '병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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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실시된 삼성전자 직무적성검사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인 단대 부속중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는 광경과 지난 9월 열린 '2019 제2회 항공산업 취업박람회'에 몰린 취준생들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

취업선호 기업 순위...삼성전자 1위, 대한항공 2위, 이마트 5위, SK하이닉스 10위

 

연봉, 기업 비전 등이 선택 기준?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취업 선호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 ‘연봉’, ‘복지제도’, ‘기업 이미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숨겨진 기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는 기업이라고 해도 입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시선을 돌린다는 이야기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 4년제 대학생(재학·휴학생) 총 1059명을 대상으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고르는 '100대 기업 고용 브랜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위 삼성전자(10.6%), 2위 대한항공(7.6%), 3위 CJ제일제당(6.7%, 4위 한국전력공사(5.9%), 공동 5위 삼성물산(5.1%)과 이마트(5.1%), 7위 신한은행(4.8%), 8위 기아자동차(4.5%), 9위 아시아나항공(4.4%), 10위 SK하이닉스(4.3%) 등으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순위를 응답자들이 꼽은 선택 기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준 요인에 대한 복수응답 설문에서 ‘연봉수준(53.6%)’, ‘복지제도/근무환경(50.5%)’, 기업 대표의 이미지(36.6%)나 기업의 비전(28.5%), 조직문화(25.9%), 기업소문/평판(13.2%), 제품과 서비스경험(9.9%) 등의 순으로 골랐다.

 

우선 연봉과 인기순위는 상당 부분 불일치한다. 뉴스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등록된 2018년 사업보고서상에 나타난 평균 연봉을 살펴본 결과, 1위인 삼성전자의 연봉은 1억 1900만원으로 10대 인기기업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마트는 3600만원으로 대기업 평균 연봉을 밑돌았으나 5위에 랭크됐다. SK하이닉스는 1억 730만원으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연봉 2위였으나 인기순위는 10위에 머물렀다.

 

기업대표의 이미지나 기업의 비전이라는 잣대도 인기 순위와 충돌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 불황의 와중에 위기에 봉착해있다. 양사 모두 큰 폭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더욱이 아시아나 항공은 부실경영으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사회적 이미지는 접어두더라도, 누이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그리고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각종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재판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인기순위 2위에 올랐다. 평균 연봉은 8083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5위인 삼성물산(1억 500만원)이나 4위인 한국전력(8110만원)보다 낮다. 객관적 정황을 따져 볼 때, 기업이미지나 비전 면에서 대한항공이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응답자들의 선택 기준으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인기순위가 대한항공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출처=잡코리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뉴스투데이)

 

대한항공-이마트-SK하이닉스등의 인기순위는 ‘취업 가능성’이 설명

 

취업시장의 주력부대인 90년대생, ‘솔직한 세상’ 추구

요컨대 잡코리아의 통계조사가 남겨놓고 있는 미스테리를 해결해줄 열쇠가 ‘취업 가능성’이다. 대한항공의 업종은 항공운수사업이다. 일부 엔지니어를 제외하면 승무원이나 관리직 등이 주력을 형성한다.

 

소위 ‘인구론(’인문계출신 구할은 논다‘의 약어)’의 대상인 인문계 대학생들로서는 지원가능한 업종이다. SK하이닉스는 연봉이 높지만 반도체 회사이다. 관련 전공지식이 전혀 없는 인문계 학생들로서는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이다. 쳐다 볼 필요조차 없다.

 

연봉 5700만원에 그친 CJ제일제당이 3위에 오르거나 연봉이 중소기업 수준인 3600만원에 불과한 이마트가 공동 5위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공계 지식이 없는 문과생들이 노려볼 수 있는 업종들이다. 게다가 이재현 CJ회장은 ‘글로벌 문화기업’을 표방하고 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소통으로 ‘대중친화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 등도 인기비결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억대 연봉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의 인기도 격차가 큰 것도 취업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인 데 비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업이다.

 

이공계 졸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훨씬 선택의 폭이 넓은 회사이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에 합격할 스펙을 갖춘 공대생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학생에 비해 이공계가 많은 남학생의 경우 7.2%가 SK하이닉스를 취업희망 기업 선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반도체 기업에 합격할 전공지식과 스펙이 없는 다수 대학생들은 SK하이닉스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인기도 3위이지만 연봉은 5700만원이다. 식품부문 남성 연봉 5600만원 여성은 4700만원이다. SK하이닉스 여성 연봉은 8460만원으로 CJ제일제당의 남성 연봉보다 3000만원 정도가 많다. 하지만 인문사회계 전공자 여성이 SK하이닉스를 노리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경상계열 전공자들은 신한은행(9.4%),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대한항공(8.8%)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드러난 것도 마찬가지이다. 신한은행 연봉은 9600만원으로 삼성전자보다 2300만원이 적다. 하지만 경제학과 출신은 IT기업인 삼성전자보다 신한은행에 합격할 확률이 높다.

 

'병맛'과 ‘솔직함’을 추구하는 게 최근 취업시장의 주력부대인 90년대생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한다. 단순한 B급 오락을 즐기는 병맛도 따지고 보면 솔직함의 한 종류이다. 스스로가 고상한 존재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인식론적 솔직함이다.

 

나아가 연봉뿐만 아니라 취업가능성도 기업 선택의 주요 잣대로 여기는 것은 사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솔직함을 요구하는 태도로 풀이된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선망하기보다는 실현가능한 목표를 꿈꾸는 삶이 그들이 만들어가려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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