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측 "대통령 질책에 수동적 지원" VS. 특검 "징역 10년 이상이 적정"
재판부, 손경식 CJ 회장 증인 채택…내달 17일 신문 예정
손 회장 증인신문 내용, 향후 ‘양형’에 중대근거 될까?
손 회장, "청와대가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압박"증언도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6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양형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이 신청한 손경식 CJ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다음 공판 기일은 다음달 17일 오후 손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손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 내용은 이 부회장 측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뇌물공여의 수동성’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핵심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파기환송심 결과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심리에서는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해 청와대의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이 2차 공판에서 자신을 증인으로 신청한 사실이 보도된 지 사흘 후인 지난달 25일에는 “재판부에서 오라고 하면 국민된 도리로서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은 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뇌물 공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이루어진 전형적인 수동적 제공이었다”며서 “삼성은 개별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에) 청탁한 사실이 없고, 그에 따른 특혜나 지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질책을 동반한 강한 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지원했으니 다른 기업들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선 재판들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직간접적인 청탁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는데,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항소심에서만 경영권 방어 및 바이오사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다”면서 “그러나 묵시적 청탁의 경우 청탁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이 부재했고, 피고인 측에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 의사가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또 다른 변호인도 “국정농단 사태 전반을 살펴보면, 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절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고 신속하게 했고, 마필들도 삼성 소유라고 명시적으로 표시했다가 최씨의 불만에 지원한 것이고 이런 경위를 살펴볼 때 적극적 증뢰(贈賂)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피고인이 합병을 통해 최소 8조 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 등을 얻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피고인 개인 주식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한 것”이라며 “특검은 피고인이 언제 무슨 청탁을 어떻게 했다는 건지 지금까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국정농단 중 하나일 뿐이고 다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은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의 변론에 앞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재판부가 이 중에서 적정한 형을 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 의견을 밝힌 것은 아니다. 양형 심리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입장이다.
특검은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 적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며 “일반적인 강요죄의 피해자처럼 일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니고, 서로의 이익 관계에 의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