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정원 체제의 도전]③ 불황 속 선방한 두산중공업, 리스크 관리 속 '신사업' 박차
이원갑
입력 : 2019.12.02 07:23
ㅣ 수정 : 2019.12.02 07:23
[박정원 체제]③ 불황 속 선방한 두산중공업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취임 이후 시장상황 이겨내고 실적 개선
올해 두산그룹 내 영업이익 88.28% 책임져
수주량 변화 2~3년 후 매출 반영…내년 고비
발전 터빈 국산화·친환경 발전으로 ‘신사업 돌파’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두산그룹의 이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두산중공업(박지원 대표이사 회장)이 불황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취임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은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실적에서 선방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재작년 수주 절벽의 ‘시간차 공격’을 앞두고 있다. 리스크 관리 능력과 가스터빈, 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부문을 통한 정면돌파 전략에 기대치가 실리고 있는 이유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그 자체나 다름없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466억원으로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 9590억원의 88.28%를 점유한다. 지난해 점유율은 82.53%, 2017년에는 78.26%였다. 적자를 기록한 2015년을 빼면 지난 10년간 두산중공업의 그룹 영업익 비중은 78~88%사이를 오간다.
주로 영위하는 사업은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발전용 가스터빈 ▲풍력발전소 ▲해수담수화 플랜트 ▲상하수도 처리 플랜트 ▲건설-선박용 소재 ▲토목공사 등이다. 건설장비를 만드는 ‘두산밥캣’과 건설사 ‘두산건설’이 자회사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특히 발전 분야는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이다. 발전소 건설 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이면서 민감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지원 회장 취임한 2016년부터 영업이익 극적 개선
2015년 적자서 2016년 영업이익 7956억원 기록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발전 수주량 변동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느슨한 비례 관계를 형성하며 요동쳐 왔다. 신규 수주가 줄어든 후 2~3년이 지나면 영업이익이 뒤따라 감소하고 수주량이 늘면 역시 비슷한 기간이 흐른 뒤 실적도 반등했다.
지난 2012년 신규 수주 실적이 반토막난 지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두산중공업 실적은 수직 하락을 시작하면서 이듬해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에서는 부도를 면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모으고 일부 계열사는 돈이 되는 곳이라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쳤다.
한편 신규 수주량은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3년 후인 2016년부터 두산중공업의 실적도 다시 회복됐다. 그룹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시점이자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이 취임한 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 "신규 수주하면 시차 두고 영업익에 반영돼"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규 수주 액수가 시차를 두고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점과 관련해 “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고 가정하면 건설 기간 동안 어느정도 짓고 난 다음 지은 부분만큼 중간중간 돈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보통 가스발전소는 2~3년, 석탄이 4~5년, 원자력은 그보다 길게 걸리며 공기가 길수록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길게 스프레드 되고 매출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수주량 감소, 실적 반영 앞두고 먹구름
올해 수주 회복세 반영될 때까지 ‘버티기’ 들어가야
두산 중공업 관계자, "글로벌 발전 플랜트 시장의 침체가 변수"
한 숨 돌렸던 두산중공업은 다시 도전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수주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시점이 눈앞에 닥쳤고 재정 상태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주량 널뛰기’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포스코와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7년부터 신규 수주량이 전년 대비 44.2% 감소한 5조 510억원에 그쳤다. 수주잔량도 2013년 이후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주량 감소 2~3년 후 실적이 악화됐던 지난 2012년의 경험을 반영하면 두산중공업은 내년부터 실적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버티기’가 필요한 기간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2~3년가량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규 수주가 다시 급격한 회복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자체 집계한 올해 예상 신규 수주액은 작년의 1.7배인 7조 9000억원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2조 1484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 올해 수주의 72.81%가 몰린 격이다.
2017년의 수주 하락 원인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글로벌 발전 플랜트 시장의 침체 또는 시장의 성장기를 지나고 있어서 전반적인 상황이 그렇다고 보는 게 맞다”라며 “GE, 지멘스, 미쓰비시 등 글로벌 경쟁사도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수주가 몰린 점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좀 지나서 (집계해) 보니 4분기, 특히 12월에 수주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예년 수주실적 자료들을 봐도 마찬가지다.”라며 “발전소 등의 발주 고객이 정부나 기관인 경우가 많다”라고 귀띔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한 두산건설, 부채비율 절반으로
두산중공업 부채 비율도 소폭 하락
단기 차입금 규모 증가가 취약점
다만
단기차입금 규모가
지난 3분기 기준
4조 62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 2225원 늘어난 사실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보통주 82.47%를 보유 중인 자회사 두산건설의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주기 위해 일회성 비용을 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두산건설의 미분양 아파트 대손충당금이 회계 정산에 포함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553%에 달했다. 이에 올해 2월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모기업 두산중공업이 5월 8일 유상증자에 참여해 3150억원을 지원하면서 부채비율이 올해 3분기 257%까지 완화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20일 기업분석보고서에서 “큰 폭의 차입금 감축에도 불구하고 잔존 차입금은 현금창출력 대비 여전히 과다하다”라며 “금번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그룹 주력사(두산중공업)의 재무여력이 감소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신사업’ 무게 둬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풍력발전기 등 미래 먹거리 개발 적극 공략
위기 대응을 위한 두산중공업의 방책은 발전용 가스터빈과 풍력 발전 시장에서의 신사업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기존 발전 설비 및 건설 수주도 계속 이어 간다.
지난 9월 19일 두산중공업은 경상남도 창원 본사에서 처음으로 국산화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제작 현장을 대중에 공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발전용 터빈을 자체 생산하는 5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연구를 추진한 이 사업에 두산중공업은 1조원 가량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에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 풍력발전기를 공급했고 9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수력발전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로 했고 10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원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 사업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같은 신사업 행보와 관련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가스터빈 사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만큼 그 노력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단계마다 만전을 기해달라”라며 “ESS(전력 저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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