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한국인 모두의 화두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뿐만이 아니다. 경력단절 여성, 퇴직한 중장년 심지어는 노년층도 직업을 갈망한다. 문제는 직업세계가 격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에 의한 직업 대체와 새직업의 부상뿐만이 아니다. 지구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 변화, 한국사회의 구조 변화 등도 새직업의 출현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 혁명'의 현주소와 미래를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오는 2020년부터 페인트칠 등 단일 작업 가능 건설현장에 투입
건설 숙련공은 일자리 위협에 'AI로봇' 컨트롤 능력까지 갖춰야
현대건설 관계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건설 숙련공은 자연 감소 중"
[뉴스투데이=최천욱 기자] "칠하고 구멍 뚫는다."
이르면 내년부터 페인트칠하고 구멍을 뚫는 'AI(인공지능)로봇'을 건설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건설 숙련공이 앞으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위기 속에서 'AI로봇'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춰야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이 27일 AI능력을 갖춘 산업용 로봇을 오는 2020년부터 국내 건설현장에 시범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설 로보틱스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AI로봇 도입으로 인한 인간 일자리 감소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자리 감소보다는 건설 현장의 사고, 사망 등을 줄이는 안전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건설 숙련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간 숙련공을 대체하기보다는 작업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AI로봇' 도입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기존 로봇은 단순작업, AI로봇은 건설 숙련공의 업무 패턴 프로그램화
"2026년까지 업무의 20% 로봇으로 대체 예정"
현대건설이 선보이려는 다관절 산업용 로봇의 임무는 페인트칠하고 구멍을 뚫는 단일 작업이다. 이 로봇은 향후 용접, 자재정리 등 보다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공정에도 투입되며 그 시기는 2022년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26년까지 건설 현장 작업의 약 20%를 로봇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의 역할은 고정된 환경(제조업 공장 등)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작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 이었다. 이점을 간파한 현대건설은 '건설 숙련공'의 업무 패턴을 자체적으로 프로그래밍화해 기존의 다관절 로봇에 입력시켜 움직임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로봇이 수행하는 특정한 작업을 소프트웨어 언어로 전환해 사람의 손과 팔만큼 정밀 작업을 가능케 한다. 로봇은 로봇 생산업체인 ABB사에서 상용화된 제품으로 한다.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한 운반용 기계차량이 로봇의 이동 편리성을 맡는다.
공기 단축, 작업 환경 개선, 안전사고 예방 등 기대
'월봇'으로 낯설지 않지만 "일자리 위기감 불가피"
현대건설은 로봇 건설을 통해 공사 기간 단축, 안전사고 예방, 건설현장의 작업 환경 개선 등 생산성과 경제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건물 외벽 도장과 청소작업을 수행하는 원격조정 자동화 곤돌라 시스템 '월봇(WallBot)'의 등장으로 건설 숙련공 입장에선 'AI로봇'의 출현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일자리의 불안감은 불가피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외벽 도장공사를 하던 로프공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지만 장비가 고가라 활성화되지는 않았다"면서 "향후 기계가 로프공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봇의 등장은 (건설 현장에서의)위험이 줄어들면서 정밀시공을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구개발(R&D) 센터에 로봇 실험실을 구축해 로봇 연구개발에 앞장섰다. 이를 토대로 올해 BIM(3차원 건설 도면)과 연계해 로봇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