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11) 4학년 생도 피말리는 초등비행훈련, 천국과 지옥을 오가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19.11.28 10:38 ㅣ 수정 : 2019.11.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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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전에 필자가 영관장교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둘째 딸을 Cessna-172에 태우고 비행을 했다. 뒷좌석에 앉아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딸의 얼굴이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몇 년전, 성인이 된 둘째 딸을 태우고 비행을 했다. 공중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조작을 했는데, 딸은 즐거워만 한다. 하늘에서 갖는 부녀간의 흐뭇한 시간이었다. 사진은 10여년 전 어느날, Cessna-172로 비행 중인 필자. 조종석이 매우 좁다.[사진=최환종]

 

초등비행훈련의 최대 난관은 공중에서 수평잡기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첫 비행은 교관의 설명과 시범을 보는 것으로 대부분 이루어졌고, 필자에게는 비행교관이 가끔씩 조종간을 잡아 보라고 했다. 그때 교관은 필자가 공중 상황에 적응하는지 여부를 보는 것 같았다. 첫 비행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비행훈련이 시작되었다. 이착륙 훈련과 공중조작 훈련이 병행되었는데, 생전 처음 해보는 비행인지라 용어 익히기도 어려웠고, 공중에서 자세 잡는 것도 어려웠다.

 

참고로 공중에서는 수평 자세를 잡는 것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처음에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사람은 지상에서는 자신의 자세를 본능적으로 인식한다. 자기가 누워있는지, 경사진 곳에 서 있는지 등등. 그러나 공중(3차원 공간)에서는 그런 자세를 파악하기가 처음에는 어렵다.

 

필자도 처음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중에서 수평을 잡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180도 방향으로 고도 1,000 ft를 유지하며 비행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지시된 방향 및 고도 유지가 대단히 어렵다. 방향을 맞추면 고도가 틀려지고, 고도를 맞추려 하면 방향이 어느 순간에 틀려진다.

 

많은 사람이 3차원 공간에서의 감각이 익숙하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대부분 같은 경험을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3차원 공간에 적응을 하게 되지만. (선배들의 얘기에 의하면 비행은 학과 성적이나 운동 신경과는 별개라고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해도 공중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늘 궁금했다) 아무튼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공중상황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피말리는 비행훈련, 공중조작 훈련 등서 탈락하면 생도대로 돌아가야

 

첫 평가서 "생도대로 돌아가라"는 교관에게 '단호한 의지'로 반박

한편, 비행훈련에 입과한 이후에도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은 매일 계속되었고, 비행 전에 실시하는 아침 브리핑 시간은 비행교관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비상조치 절차 숙지는 본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교관이 질문하지 않더라도 정확하게 숙지하여야 하는데, 교관이 질문할 때 즉각 대답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비행교관으로부터 잘못된 부분을 매일 수차례 지적받고 시정하면서 이착륙 훈련과 공중조작 훈련에 집중하는 가운데, 어느덧 최초 평가일이 다가왔다. 여기서 탈락하면 생도대로 돌아가야 한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모든 군사훈련이 그렇듯이 비행훈련을 받을 때도 많은 평가가 있다. 최초 평가, 단독비행전 평가, 무슨 무슨 평가 등등. 수 많은 평가를 통과해야 조종사가 될 수 있는데, 초등훈련의 최초 평가는 그 많은 평가 중에서도 첫 평가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 평가에 통과해야 초등훈련 수료에 한발 다가선다.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최초 평가일이 밝았다.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항공기 외부점검을 마치고 시동을 걸었다. 최초 평가는 이착륙과 공중조작을 하면서 조종학생의 조종 능력 내지는 적응력을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따라 너무 긴장해서인지 실수가 조금 있었다.

 

잠시 후 비행교관의 목소리가 뭔가 못마땅한 눈치다. 그러더니 이런 식으로 잔인하게 얘기를 한다. “생도 ! 고생하지 말고 생도대로 돌아가지 그래!” 순간 긴장했다.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지. 나는 비행교관에게 “생도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방금 전에 했던 조작을 다시 해보겠다”고 나름 내 의지를 보이며 강력하게 얘기했다. 천년 같은 몇 초의 시간이 흘렀다. 잠시 침묵하던 교관이 필자에게 지시한다. 약간 부드러워진 말투로. “그러면 12시 방향에 보이는 산으로 수평 비행해 봐라. 현재 고도 잘 유지하고 !”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현재 고도를 유지하면서 교관이 지정한 방향으로 접근했다. 잠시 후, 비행교관이 얘기한다. “알았다. 열심히 하라”.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착륙 후에 최초 평가를 받은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행교관이 내 의지를 시험해본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리고 그 생각은 맞는 것 같았다. 초등훈련에 입과한 조종학생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다들 비슷한 조건일텐데. 초기에는 ‘의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겠지...다음날부터는 이착륙 훈련이 중점적으로 실시되었다. 지금은 오랜만에 비행을 해도 이미 비행이 몸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비행을 즐길 수 있는데(물론 Cessna-172 기종에 국한된다), 당시는 착륙이 너무도 어려웠다.

 

어떤 날 '최고의 비행'으로 칭찬듣고 다음날 '최악'으로 질타받아

 

비행하면서도, 비행 후 브리핑할 때도 교관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갑자기 비행이 잘 되었다. 즉, 이착륙 단계에서 맞추어야 할 속도, 고도 등의 제원을 계기판의 눈금 하나 안 틀리고 정확하게 맞추며 비행을 했던 것이다. 비행교관은 공중에서도 칭찬하더니 착륙 후 브리핑을 하면서도 칭찬이다. “여러분! 오늘 000 생도만큼 해봐라!” 지나가던 다른 교관도 한마디 거든다. “000 생도! 오늘 매우 잘했다면서?” 어느새 비행대대에 소문이 다 났나보다. 쑥스럽게도...

 

그러나 다음날 비행은 죽을 쑤었다. 그러자 비행교관의 서릿발 같은 호통이 온몸을 질타한다. “어제는 잘하더니 오늘은 왜 그러나?”, “여러분! 오늘 000 생도 같이 하면 안돼!”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다. (다음에 계속)

 

* 'Cessna-172'는 Cessna사(社)에서 만든 4인승 민수용 항공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항공기이며, ‘T-41B’는 미 공군에서도 초등비행 훈련용으로 사용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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