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10) 4학년 생도생활의 절정 '초등비행훈련'의 추억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전,
가끔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비행기는 어떤 사람이 조종하고 있을까?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사관생도에게는 생도생활 4년 간 의식주(衣食住), 학습에 필요한 교재 등 모든 것이 국비로 지원된다. 게다가 소정의 교육수당까지 지급되어 사관학교 4년간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임관 후에는, 본인의 사관학교 성적과 근무성적이 우수하면 국비로 석사, 박사 과정까지 공부할 수 있다.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떤 면에서는 사관학교에 진학하는 자체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군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거나 경험하기 어려운 사격, 낙하산 강하, 비행훈련 등 각종 고급 훈련을 이수할 수 있고, 최첨단 무기체계와 장비 등을 다루며,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가장 멋지고 고귀한 일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가! 모험심 가득한 청년들에게 사관학교와 군(軍)은 육, 해, 공군 모두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의 적성에 맞아야 하겠지만.
한편, 모든 것이 국비로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1학년 때 어떤 선배 생도가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정말인줄 알았다.) 즉, 집안이 부유한 어떤 선배 생도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등록금'을, 교재를 사야 한다고 '교재비'를, 사격훈련 한다고 '실탄 비용'을, 낙하산 강하 기초훈련 받을 때는 '낙하산 비용' 등등을 부모님께 받아서 사용했다는데...그러면 비행훈련 받을 때는 비행기 값도 받았을까? 아니면 연료비라도 ???
말을 재미있게 하는 선배 생도의 얘기에 모두들 배꼽 잡고 웃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한편, 시간이 흘러 3학년 생도생활도 무사히 마치고 어느덧 4학년 생도가 되었다. 4학년 생도로 진급했을 때의 기분은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최고 학년이 되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생도생활이 불과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이제 1년 후면 장교로 임관한다는 생각에 어딘지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1년 선배들의 졸업식을 마치고, 이제 남은 것은 비행훈련이다. 조종사 신체 등급에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정밀 신체검사와 ‘G(Gravity) 내성 훈련’(조종사는 급격한 공중기동시 중력가속도로 인하여 조종사 몸무게의 6~9배 또는 그 이상에 달하는 압력을 받는데, 이를 견디는 훈련)등 비행훈련에 입과하기 전에 받는 절차는 3학년 말에 모두 완료했다.
4학년 늦은 봄에 초등 비행훈련 과정에 입과
4학년 늦은 봄, 드디어 초등 비행훈련 과정에 입과했다. 그동안 선배들에게 수없이 들어왔던 비행훈련! 당시의 비행훈련은 초등, 중등, 고등 비행 훈련 등 3개 과정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정든 생도대를 뒤로 하고 비행교육대대(이하 비행대대)로 향했다. 막연하게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비행대대의 분위기는 첫날부터 엄격했다.
초등 비행훈련에 입과한 우리는 ‘조종학생(student pilot)’으로서 생도대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다. 초등비행훈련은 당시에는 ‘T-41B’라고 하는 ‘Cessna-172’ 항공기보다 성능이 향상된 단발 프로펠러 항공기를 사용했다.
‘T-41B’는 단발 프로펠러 엔진, 고익(High wing), 기본적인 계기판을 가진 4인승 훈련기이다. 지금 보면 단순한 비행기이지만 당시에 처음 비행기를 접한 필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학술대대에서 이론 교육을 마치고 비행기 시동과 비상절차 등등을 암기한 후에 첫 비행에 나섰다. 물론 비행교관과 함께. (비행훈련은 조종학생과 비행교관의 1:1 교육으로 진행된다.)
4인승 훈련기로 첫 비행, 조종간에 손만 대고 비행은 '교관 몫'
항공기 외부 점검을 마친 후에 조종석에 앉았다. ‘T-41B’ 조종석은 조종학생과 비행교관이 나란히 앉는 구조인데(조종학생은 좌측에, 비행교관은 우측에 앉는다), 생각보다 좁았다. 덩치 큰 교관이 앉으면 어깨가 닿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조종석에 앉아서 비행교관으로부터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첫 시동을 걸었다. 지금이야 비행기 타고 여행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비행기를 타 본다는 것이 귀하고 드물었던 만큼 비행기 시동을 건다는 자체가 엄청 긴장되고 신기했다. 자동차 운전면허도 귀한 시절이었으니...
절차대로 여러 개의 스위치를 조작하니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교관의 설명과 시범에 따라 방향타를 조종하여 활주로로 나갔다. 그리고 이륙! 물론 이륙부터 착륙까지 비행교관이 조종간을 잡았고, 필자는 조종간에 손만 대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조종간을 살짝 당기자 비행기는 가볍게 이륙
엔진 출력을 최대로 하자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잠시 후 이륙 속도에 이르러 조종간을 뒤로 살짝 당기자 비행기는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뭔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공중으로 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륙이 간단하다. 어떤 선배는 이륙하자마자 속이 메스껍다는데, 필자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첫 비행하는 날은 기상이 좋아서 아주 편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공중에서의 느낌은 매우 편안했는데, 3차원 공간에 떠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마치 잘 닦여진 고속도로 위를 덜컹거림 없이 미끄러지듯 달리는 것 같았고, 때로는 속도감이 있는 듯, 때로는 속도감이 없는 듯, 여러 가지가 복합된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최초의 비행은 공중상황이 어떠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다음에 계속)
* 'Cessna-172'는 Cessna사(社)에서 만든 4인승 민수용 항공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항공기이며, ‘T-41B’는 미 공군에서도 초등비행 훈련용으로 사용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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