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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김동관 전무(하) ‘김동관 시대’ 좌우할 양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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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19.08.26 07:11 ㅣ 수정 : 2019.08.26 07:11

[재계 뉴 리더] 한화큐셀 김동관 전무(하)

▲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사진=뉴스투데이 DB]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첫째 ▶ '김승연 그림자' 벗어나기='젊은 한화' 기업문화 구축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기업이다.

김 회장은 선친인 창업주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29살인 1981년부터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룹을 이끌어 왔다. 김승연 회장의 영향력, 한화그룹 전체에 드리운 그림자가 압도적이다.

김승연 회장의 별명은 ‘의리왕’이다. 2003년 6월 한화 이글스의 투수였던 진정필 선수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지원했다. 2011년 9월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으로 있던 한국 야구 ‘레전드’ 최동원이 별세했을 때도 치료비 지원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는 유가족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우선 채용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하는 등 ‘통큰 선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경향신문을 인수했을 때는 무려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어느 날 기자들이 자주 가는 회사 앞 맥주집에 들러 밀린 외상값 전부를 갚아준 일화도 유명하다.

◇ ‘의리왕’ 김승연 회장, 가족적 전통 중시하는 기업문화 구축

한화그룹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동료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남다르다. 이는 김승연 회장 특유의 스타일이 기업문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화 소속이던 류현진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문화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화가 성적과 돈만 생각했다면 류현진을 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회장은 세 번의 검찰 수사를 받아 두 번 구속됐는데, 두 건은 ‘의리’와 관련이 깊다.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직접 ‘응징’한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은 김 회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후인 1998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20~30억 덜 받아도 좋으니 근로자들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고, 100% 고용 승계가 이루어졌다.

2008년 4월에는 김 회장의 누나가 경영하는 제일화재가 당시 메리츠화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자 손해를 보면서 한화그룹 9개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제일화재를 지원해 주었다. 당시 메리츠화재의 주인은 한진가의 막내 조정호 회장이었는데, 한화의 개입으로 M&A가 뜻대로 되지 않자, 조 회장은 큰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SOS를 치지만 조양호 회장은 이를 외면했고, 결국 형제는 유산상속 분쟁을 벌였다.

◇ '김승연 회장 1인 의존' 한화그룹 취약점 지적

‘가족’이라는 코드는 현대식 경영에서도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전통기업, 그리고 최첨단 기업들도 오래전부터 ‘일본기업식 가족문화’를 도입하려고 노력해왔다.

반면, 그룹 전체가 김승연 회장 한 사람에 좌우되는 것은 늘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한화그룹에는 삼성, 현대차, LG그룹처럼 오너 외에도 그룹을 상징하는 전문경영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체계적인 계획이나 전략적인 사고보다는 즉흥적이고 임기대응식의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기업문화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하는 경영진단 전문가도 있다.

한 전문가는 “한화는 비전도 없고, 조직도 없으며, 시스템도 없다. 2007년 회장이 보복 사건으로 구속되자 그룹 전체가 정지되고, 직원들이 허둥대었던 것도 시스템이 없어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한화그룹이 최근 조직문화 개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에서 한화와 두산의 경기 관람 후, 박찬호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 김동관 전무의 핵심과제는 ‘너무 큰 김승연 그림자 지우기’

 

김동관 전무의 핵심과제 또한 김승연 회장의 그림자를 발전적으로 지워나가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6년, 64주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젊은 한화’를 선언,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0대그룹 중 처음으로 상위직급 승진 시점에 1개월의 휴가를 사용하는 안식월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재충전 제도를 과감히 도입했다. 2019년 3월 기준, 안식월 사용률은 81.3%에 이른다.

김승연 회장이 만든 전통 위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는 이런 노력에 대해 김 회장 본인도 “마음가짐을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고 그렇게 바뀐 삶은 종종 기적이라 표현된다”며 “이번 한화인들의 ‘젊은 생각’도 기적 같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둘째 ▶ 지배구조 및 지분정리, 단독승계냐 분할이냐

한화그룹은 그동안 모기업인 ㈜한화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왔지만, 계열사에 미치는 ㈜한화의 지배력이 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덩치가 큰 기업들을 많이 ‘사냥’한 것이 주된 이유다.

김동관 전무 등 세 아들의 ㈜한화 지분도 적다.

현재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을 22.65% 보유하고 있는데, 김동관 전무 등 세 아들의 ㈜한화 지분은 각각 4.44%, 1.67%, 1.67%에 불과하다.

김동관 전무가 김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3500억 원~4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화 외에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 드림플러스아시아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며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나 에이치솔루션 상장 이후 합병으로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상속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05년 한화S&C 주식 40만 주 전량을 김동관 전무에게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화에 899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장남 김동관 전무로의 ‘단독승계’가 될지, 세 아들에게 그룹을 쪼개서 나눠주는 ‘분할승계’가 될지도 관심사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사진=뉴스투데이 DB]

김승연 회장 지분 상속에 4000억 원 필요

 

지주회사 통한 우회적 승계방식 거론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장남 김동관 전무로의 ‘단독승계’가 될지, 세 아들에게 그룹을 쪼개서 나눠주는 ‘분할승계’가 될지도 관심사다.

한화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인 ‘한화 트라이서클(Hanwha TRIcircle)’은 태양광 등 제조업, 금융, 건설·유통 세 가지 주요 부문을 상징하기도 한다.

당초 김승연 회장은 장남 김 전무에게 한화큐셀 등 그룹의 주력 제조업 부문,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건설·유통부문에서 경영수업을 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태양광 등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이 금융이나 건설·유통 부문과의 연대 및 지원 없이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김승연 회장 ‘형제간 우애’ 중시하지만, 분할승계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에 의문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한국 재벌의 ‘장점’인 선단식 경영을 위해 대부분 계열사를 후계자에게 몰아주는 단독승계 방식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이런 단독승계는 예외 없이 형제간의 분쟁을 낳았다.

삼성그룹은 2012년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 상속 재산을 두고 장남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에 소송이 벌어졌고, 현대차그룹도 지난 2000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형제의 난’을 겪었다.

201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형제 간 갈등과 법정공방이 붙었고,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회장과 형제들 간에 오랜 소송이 있었다.

당장 한화그룹 또한 1992년 형제 간인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에 상속 분쟁이 일어나면서 가족 간에 험한 말들이 오갔다.

일단은 의리와 단합을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의 성격상 세 아들에게 공평하게 그룹의 미래를 맡길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한화그룹의 홍보패턴을 보면 김동관 전무뿐 아니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 ‘형제간의 우애’라는 충돌하는 가치 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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