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김동관 전무(상) 태양광 실적, 반듯한 이미지로 ‘3세 승계’ 입지구축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36)에 대해서는 훈훈한 이야기가 많다.
김 전무는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후, 보통 재벌 3세들이 거치는 석사나 MBA 과정을 밟지 않고 곧바로 귀국해서 군에 입대했다.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장교로 2006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 4개월을 복무하고 중위로 제대했다.
2010년 1월 (주)한화 차장으로 입사해 비서실에 근무하며 그룹 전반의 현황을 파악한 뒤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0년 1월 말,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 아버지 김승연 회장과 함께 참석, 한화그룹 3세로서 처음 비즈니스계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기업과 사회 지도층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세계 기업 지도자들이 실질적 이익보다 기업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이타주의를 고취시키고 모두를 더 낫게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라고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날려, 지켜보던 아버지 김승연 회장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김승연 회장-정몽준 이사장 초등학교 동기동창 사이
김동관 전무도 현대중 정기선 부사장과 대 이은 친분
김승연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과 1952년생 동갑내기로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김승연 회장은 선친이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29살 때인 1981년부터 한화그룹을 경영했고, 정몽준 이사장은 서른 살인 1982년에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
김동관 전무는 1983년생으로 82년생인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같은 또래다. 부친들의 인연으로 두 사람도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김승연-정몽준, 김동관-정기선 두 집안간 인연, 장남이 3세 경영 준비 상황이 흡사한 ‘데칼코마니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관 전무는 집안, 키, 외모, 학벌 등 여러 가지 스펙에서 ‘엄친아’의 요소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아주 잘 해서 구정중학교(현 압구정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미국 명문 사립고교인 세인트폴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세인트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001년에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The Cum Laude Society)’ 회원으로 선정됐다. 성적이 우수한 미국 중·고등학생 중에서 회원을 뽑는 우등생 모임이다. 하버드 대학 재학 중에는 한인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학벌, 외모, 매너 스펙 넘치는 ‘엄친아’
음주 관련 잦은 물의 두 동생과 ‘차이’
김승연 회장은 평소 “내 아내를 닮아서 공부를 잘한다”면서 김 전무를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김동관 전무의 모친이자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 여사는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의 장녀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 시 ‘퀸카’로 교내에 소문이 자자했을 정도로 미모와 실력을 갖춘 재원이었다.
김승연 회장의 선친 김종희 회장은 생전에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 보며 단맛 쓴맛 다 맛봐야 한다.”라며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호연지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가풍(家風)’의 영향인지 김승연 회장은 호탕하고 의리를 중시했고, 그의 차남과 삼남은 여러 차례 음주와 관련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김동관 전무는 180cm가 넘는 키에 세련된 매너, 독서가 취미인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특히 직원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독서모임을 한다거나, 연말 직원회식 대신에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제안했다는 등 좋은 소문만 있다.
태영광 사업 진두지휘 실적개선, 경영승계 발판
김동관 전무는 태양광 사업 분야의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만들어 왔다.
2015년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을 맡은 후 회사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5년 넥스트에라에너지사와의 1.5GW 모듈 공급 계약에 힘입어 그해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한화큐셀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화큐셀의 2016년 매출액은 24억 2660만 달러로 2015년 매출 18억80만 달러보다 3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억750만 달러로 2015년 779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모듈 출하량은 2015년 2,956MW에서 55% 이상 증가한 4,583MW를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김동관 전무가 이끄는 태양광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는 태양광과 화학, 방산인데 김동관 전무가 이끄는 태양광 산업에 힘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22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 중 9조 원을 태양광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집중, 지배구조 개편
김동관 전무 ‘힘 실어주기’
한화그룹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태양광과 화학, 방산 사업 부문의 지배구조 정리 또한 김 전무로의 승계를 고려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흡수합병을 통해 합병법인 한화솔라홀딩스를 출범시켰고, 한화지상방산과 한화디펜스를 통합해 한화디펜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가 합병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출범한 바 있다.
한화그룹 방산계열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사모사채 발행과 액면분할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사업을 일원화하고, 그간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온 김동관 전무가 이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한화시스템 상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화그룹 승계작업의 열쇠로 불리는 에이치솔루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52.1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에이치솔루션과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8월 한화 S&C를 흡수 합병했다. 한화S&C의 지분 55.36%를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솔루션은 흡수합병 이후 한화시스템의 지분 14.49%를 보유하게 됐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25%,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25%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에이치솔루션의 2017년 배당금은 500억 원 2018년 배당금은 400억 원으로, 김 전무는 450억 원의 배당을 받는 등 경영승계용 실탄을 확보 중이다.
분할? 단독? 주목되는 ‘한화 승계 구도’
그동안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한화의 후계구도를 장남인 김동관 전무의 태양광과 화학, 차남인 김동원 상무의 금융,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의 건설 및 유통부문 분할 승계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그룹 내 사업구조 개편이 예상과 달리 진행되면서 이런 구도가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차남 김동원 상무가 직접 준비해온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을 계기로 그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은 2017년 1월과 9월 연이은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한화건설을 떠난 상태다.
현재 김승연 회장→김동관 전무로의 한화그룹 3세 승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이사장→정기선 부사장의 승계과정보다 속도가 늦은 편이다. 김동관 전무가 정기선 부사장보다 입사가 3년 빠르지만 아직까지 직급이 전무에 머무르고 지분 취득 등 승계작업에 실질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김승연 회장이 여러 차례 수사와 사법처리를 받아 경영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승계속도가 느린 것은 뜻밖이다.
29세의 너무 어린 나이에 한화그룹을 물려받아 외길을 달려온 자신의 ‘고통(?)’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배려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후계구도에 대한 김 회장의 고심이 깊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평소 ‘존경하는 형님’으로 모셔온 이건희 삼성회장 및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승계 과정이 참고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적 대기업, 재벌의 장점인 ‘선단식 경영’을 위해서는 금융분야 등 사업을 자식들에게 쪼개주기보다 한사람에게 ‘몰아주기’가 그룹의 미래를 위해 나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용, 정의선 등과 어깨 나란히…대외입지 강화
이를 반영하듯 최근 김동관 전무의 대외입지도 강화되고 있다.
김 전무는 지난 7월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초청한 만찬에 함께 참석, 재계 주요 뉴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리더십이 확인됐고, 사고나 구설에 오른 적도 없으며 반듯한 이미지로 평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