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 ①경력: 기자에서 IT업계 최초 유리천장 깨기까지
IT 분야 취재하다 매력에 빠져 'IT 전문인'으로
인터넷업계 최초로 유리천장 깬 대표적 여성 CEO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한국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한성숙 대표가 지난 2017년 신임 네이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되자 미국 유력 경제지인 ‘포브스(Forbes)’는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비율이 2.7%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 대표는 인터넷 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대기업보다 조직 문화가 유연한 IT업계에서도 ‘유리 천장’을 깬 여성 CEO는 한 대표가 최초였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10여년 간 자신의 능력만으로 승진해 IT 공룡기업 네이버의 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동갑인데다 업무에 몸을 던질 정도로 높은 열정도 비슷해 내부적으로 깊은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 네이버의 주요 업무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IT업계에서 혁신을 위해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던 추세와는 달리 네이버는 차기 대표 선임을 내부에서 찾았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한 대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네이버의 혁신을 이끈 다양한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네이버 결제 시스템인 ‘네이버 페이’나 스타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 라이브(V Live)’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한 대표는 검색품질센터 이사로 근무하며 네이버 본연의 사업인 검색 서비스를 한 단계 더 고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표가 처음 IT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숙명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출판사에 입사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꿈을 가졌다가, 컴퓨터 전문 매거진 ‘민컴’의 채용 공고를 보고 그곳에 입사한다. 그곳에서 약 6년 여 동안 기자로 일을 하면서 컴퓨터 산업 전반을 취재하다 그는 IT 분야의 매력에 빠졌다.
문과 출신 핸디캡을 극복하고 개발자와 소통하기 위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한 대표에게 또다른 기회가 다가왔다. 국내 최초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씨앗’을 개발한 나눔기술 홍보팀장을 거쳐 1997년 검색엔진회사 엠파스 창립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본격적인 포털서비스 시장에 발을 내디딘 셈이다.
네이버 합류해 '검색 고도화' 이끌고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 도모
10년간 엠파스 검색사업을 이끈 한 대표는 2005년 다른 포털 사이트의 자료까지 검색하는 '열린 검색' 서비스를 선보여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엠파스의 파격적인 정책에 네이버가 제일 먼저 반기를 들었지만 이런 논란이 생기고 2년 후인 2007년 한 대표는 NHN(현 네이버)로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엠파스와 네이버간 열린 검색에 이어 또 갈등이 생길 정도로 놀랄 일이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엠파스에서 검색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네이버에서도 ‘검색품질센터장’ 직책을 처음 맡았다. 그녀는 가장 먼저 네이버 검색품질을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실행했다.
서비스 1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웹툰, 웹소설 같은 콘텐츠에 대해선 창작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자체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현재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라는 기치 아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네이버가 처음으로 참여한 CES 전시회장에서 “구글·페이스북 등과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글 지도를 써보면서 ‘정말 잘 만드는구나’ 생각했지만 네이버는 네이버만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경쟁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