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로 "5조8000억원 내놔라"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현대차 지분 3%,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순이익의 수배가 넘는총 8조3000억원의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현금유출이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에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에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전체 당기순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요구는 당기순익의 3.5배에 달한다. 주당배당 요구금액은 2만1967원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당기순익 1조8882억원의 1.3배에 달하는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주당배당 요구금액은 2만6399원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두 기업은 26일 공시에서 엘리엇의 이같은 고배당 요구사실을 밝혔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미 각각 1조662억원과 3788억원의 배당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익이 2017년 대비 64% 줄었지만 배당금액은 주당 4000원으로 동일한 금액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보다 500원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상식을 뛰어넘는 고배당을 요구하자 “기업의 미래가치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 아니냐”며 경계했다.
현대차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 요구에 대해 "현 시점에서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 등을 감안하지 않았고, 대규모 현금 유출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되, 배당을 비롯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은 지속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발행주식의 3%에 해당하는 자사주 854만주를 소각한데 이어 277만주에 해당하는 자사주도 매입 중이다.
현대모비스도 향후 3년간 1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과 1조500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벌이기로 했다.
엘리엇은 고배당 요구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3명과 2명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주총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현대차와 모비스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올려 3세 책임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