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김기식 금감원장의 ‘예대마진’ 감독론과 시중은행 ‘시장논리’ 엇박자 조짐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김 원장, 취임식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약탈적 대출’ 언급하며 은행 ‘이자놀이’ 지적
지난해 은행실적 6년 만에 최고치…수신금리 소폭 인상에 대출금리는 3배 뛰어
은행관계자들, “기준금리 인상하면 대출금리 오를 수밖에…시장논리 존중하면 좋을 듯”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의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간 금감원이 소홀했던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 감독의 의무를 강화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사의 ‘약탈적 대출’로 언급하면서 금융사들의 예대금리차 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의 예대금리 감독 기능 강화 방침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과 같은 ‘시장논리’를 존중한다는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감원이 대출금리 인하 압력의 강도를 높여나갈수록 시중은행들과 불협화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장은 2일 취임식에서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며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이 언급한 ‘약탈적 대출’은 금융사들의 수입이 되는 ‘예대금리차’로 실적잔치를 한 금융사들을 꼬집은 것이다. 은행 실적발표 때마다 불거진 ‘이자놀이’ 지적과 일맥상통하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으로 대출금리가 높고 예금금리가 낮으면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금융기관의 수익도 커진다.
지난해 은행들의 실적은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각 은행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합하여 19조9237억원이었다. 2016년(18조2261억원)과 비교해 1조6976억원(9.3%)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늘어난 주요 요인이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일제히 저축성 수신금리부터 올렸던 은행들이 한 달 뒤인 12월에 대출금리를 세 배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대금리차를 벌려 수익을 높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2017년 1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81%로 전월 대비 2bp(1bp=0.01% 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수신금리보다 3배 이상 높은 7bp나 치솟아 연 3.62%를 기록했다.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이는 1.81% 포인트로 한 달 만에 5bp나 상승했다.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 집계하면 예대 금리차는 더 벌어진다. 총 대출금리에서 총 수신금리를 뺀 격차는 2.30% 포인트로 2015년 2월(2.30% 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예금금리를 올렸지만 대출금리 폭이 더 커지면서 예대금리차는 커진 것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가계부채 뇌관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 시그널에 맞춰 대출금리를 올리려는 은행들은 이번 김 원장의 감독 강화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조달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대출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감원 감독이 강화되면 쉽게 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다보니 은행의 경영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며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은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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