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23) SK그룹 내 ‘UN본부’ 수펙스추구협의회, 종합적 의사결정의 요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SK만의 독특한 의사결정시스템 ‘수펙스추구협의회’
각 계열사별 임직원들이 출신 소속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파견
재직 동안 기존 연봉 대신 대표 계열사들의 평균 연봉으로 재조정
SK그룹은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라는 특유의 경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계열사 간 의견을 조율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기구다. 그룹 지주사인 SK㈜를 대신한 별도의 컨트롤타워 성격이기 때문에 소속 임직원들의 구성과 배치도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내 일종의 UN 본부”라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국제협력을 위해 UN에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 임직원들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일종의 ‘파견’을 나가는 셈이지만, 각자의 출신 회사에 대한 소속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정 기간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업무를 맡게 되는 임직원들은 이 기간에 임금 등 근로조건도 재조정된다. 이 관계자는 “어떤 계열사에서 왔건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연봉을 유지하지 않는다”면서 “서너 개의 대표 계열사 후보를 정해 그 계열사들의 평균 연봉조건으로 맞춰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독특한 인사배치 체계는 남다른 시사점을 가지기도 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로의 파견은 SK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소속 계열사의 사업영역에 관한 업무 외에도 그룹 차원의 총체적인 사업전략과 미래구상을 기획하는 업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성장위원회 등 산하 7개 위원회 및 각 분야 위원장 갖춰
위원장 간 역할 교체로 전문성 제고와 종합능력 배양 동시에 실현
2013년 공식 출범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산하에 총 7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일반적인 인사 및 대내외 소통을 담당하는 인재육성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외에도 전략위원회, 에너지·화학위원회, 정보통신기술(ICT)위원회, 글로벌성장위원회 등 핵심 사업 및 전략 구상을 위한 조직이 명확하게 구성돼 있다.
7개 위원회는 각 분야 주요 CEO들이 위원장을 맡는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전략위원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ICT 위원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글로벌성장위원장), 유정준 SK E&S 사장(에너지·화학위원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서진우 전 SK플래닛 사장(인재육성위원장), 최광철 전 SK건설 사장(사회공헌위원장) 등이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7명 중 4명의 위원장이 서로 간에 역할을 바꾸는 보직 변경을 실시했다. 박성욱 부회장과 유정준 사장은 각각 ICT 위원장, 글로벌성장위원장직에서 지금의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정호 사장과 김준 사장은 이전까지 각각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에너지·화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각 위원장들은 이러한 역할의 교체를 통해 다양한 전문성을 키움과 동시에 그룹 현안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전적으로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포석으로 보는 게 옳다. 2012년 당시 최 회장은 CEO 세미나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신설을 거론하며 ‘전문성’과 ‘종합능력’을 함께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오너가 단독으로 그룹 경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각 관계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자율 판단하하면서, 동시에 그룹과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복잡다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전문성과 종합능력을 갖춘 구성원들을 배양해 SK그룹만의 기업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UN 본부’로 일컬어지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특유의 집단지성 및 조직협력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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